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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기
푼힐 트레킹 6일차
04-10-01이근우2,688회


2월 6일

6시에 일어나 산장의 테라스에 나서니 멀리서 높고 낮은 산들이 옅은 구름을 헤치고 나 여기 있소 한다. 다시 보게 되는 일출. 일출의 장면은 어디에서나 장엄하다.

남은 구간이 비교적 짧고 쉬운 길이라기에 출발 시각을 조금 늦췄다.
8시 15분. 높은 나뭇가지에까지 이끼로 뒤덮인 울창한 숲을 지나며 고도를 조금씩 낯췄다.
대원 4의 상태가 원상회복된 반면에 대원 10의 걸음걸이가 아주 고통스러워 보인다. 급경사의 계단길에선 아예 갈대 오빠가 업기를 수차례. 동물원에서만 보던 히말라야 원숭이 한 무리가 벼랑을 타는 모습, 앙증맞은 새때들의 비상, 숲속에서 너구리나 오소리 같은 동물의 부스럭거림 등에 신기해 하며 11시 15분 Hotel Sakura(1940m)에 도착, 세 시간 동안 700여m를 내려온 셈이다.

12시 30분 경부터 비가 가볍게 흩뿌려 걸음을 재촉했다. 지나치는 이들과 주고받는 인사 나마스테는 이제 자연스레 입에 배었다. Guide로부터 몇 마디 네팔어를 배웠다만 하마 한국으로 돌아 가서도 기억에 남는 것은 나마스떼 뿐이리라.

14시 40분. 내리막길은 더 이상 없었다. Green valley Restaurant에서 점심을 먹고 강옆으로 난 길을 따라 걷기를 두 시간 남짓, 17시 출발지였던 나야풀에 도착했다.

74시간!

참으로 값진 경험을 했다.
15일에서 20여 일 씩 긴 여정으로 안나푸르나베이스캠프, 혹은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등을 하는 이들에겐 보잘 것 없는 시간이고 여정이었을지 모르지만, 우리에겐 훗날 어떤 트레킹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 시간이었다.

바로 앞산에 가려 보이지 않았으면서도 뒤돌아 먼 곳을 응시했다. 한없이 이어진 돌계단. 시원한 물줄기. 산골 사람들의 순수함. 어린 아이들의 천진난만함. 눈앞에 삼삼이는 다울라기리, 투크체크피크. 닐기리. 안나푸르나 1봉 그리고 남봉. 또 히운츌리. 마차푸차레 그리고 이름모를 수많은 영봉들........

네팔항공의 기내 잡지명이 샹그릴라 (Shangri-La)다.
이는 티베트 말로써 "마음속의 해와 달"이란 뜻이며, 또한 제임스 힐턴이라는 작가의 소설에 나오는'푸른 달빛의 골짜기'라는 뜻을 가진 상상속의 낙원을 뜻한다고 한다. 바로 그 Shangri-La 의 품에 안겨 있던 74시간의 추억과 경험은 우리 일상의 삶 속에서도 오랜 기간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19시. 성심껏 트레킹을 도와준 포터들과 작별할 시간이다. 고마움을 말로 표현하는 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했고 또 그사이에 정도 들어 쓰고 있던 모자, 장갑, 숄, 가방 등 골고루 그들에게 주며 석별의 정을 나눴다. 댓가를 지불하고 고용한 포터들이긴 했어도 그들이 보여준 것은 그 이상이었기에 헤어짐이 더욱 서운했다. 아마 들킬새라 남몰래 눈물을 흘린 대원도 있었으리라.

포카라의 Fewa 호수안에 자리잡은 호텔 Fish tail lodge에 우아한 식탁이 마련됐다. 대원 두셋이 고생은 했지만 끝까지 여정을 함께 했고 아무 사고도 없었으니 누구보다도 팀장의 마음이 홀가분했으리라. 그렇게 즐거운 저녁식사는 앞으로도 몇 번 갖지 못할 것 같다. 산에서 몇 번 손으로 음식을 먹어 본 것이 재미있었는지 수저를 옆으로 밀어내고 손톱 밑에 때가 끼어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주섬주섬 우겨 넣는 대원을 보고 또다른 대원이 질색을 한다. 술잔이 여러 차례 오고 가며 얼굴들이 불콰해진다. 정겨운 모습들이다. 모두 함께 있어 행복한 이들. 땔낭구!
두 시간의 긴 식사를 하고 식당 한가운데 있는 장작화로 주변의 안락의자에 몸을 맡기고 차를 마시며 나름대로 상념에 젖는다.

모처럼 왕과 왕후같은 샤워를 하고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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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롯지 방앞에서 본 일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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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롯지 방앞에서 본 일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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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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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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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 롯지에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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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 롯지에서 2 - 산양과 함께, 산양도 엄청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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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중 한 컷 1 - 가이드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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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중 한 컷 2 - 뒷편 희미한 집들 밑의 길이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킹길임

 _다음에는 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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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풀을 향해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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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풀을 향해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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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풀, 트레킹 끝! - 우리 대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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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풀, 트레킹 끝! - 가이드와 포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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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sh Tail 호텔 - 호수 속 숲속에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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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sh Tail 호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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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sh Tail 호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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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sh Tail 호텔에서의 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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