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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기
푼힐 트레킹 7-8일차
04-10-01이근우2,811회

2월 7일

밤 11시 45분 비행기로 출국예정이니 오늘이 네팔 여행의 마지막 날인 셈이다.

Fewa 호수의 한가운데 있는 작은 섬에 자리잡은 호텔의 외양은 조경이 단아하게 갖춰진, 아담하면서도 격조있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내부는 나라의 경제사정을 그대로 반영하듯 겉모습과는 딴판이었다. 특히 Nepal의 전기사정이 좋지 않아 양초와 성냥이 상비되어 있고, 실제로 아침에 정전이 된 경우도 있었다. 부슬부슬 비가 내려 잔잔하면서도 고요한 호수를 바라보며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하고 체크아웃.

카트만두로 돌아오는 비행기는 예정보다 한시간 늦게 10시 20분 이륙했다. 여기에선 그 정도는 정상운행이란다. 18인승 경비행기의 소음은 굉장했다. 기내는 추웠을 뿐더러 의자의 팔걸이도 덜렁덜렁하고 뒷편에선 물방울도 떨어지기도 했다. 하긴 뭐 금이 간 창문을 테이프로 붙여 놨으니 더 이상 말해 뭐하랴! 승객들의 가슴이 조마조마한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조종사는 비행 중에 고개를 돌려 우리 일행에게 친절하게도(?) 창옆으로 보이는 히말라야의 봉우리 몇 개의 이름을 가 르쳐 주곤 했다. 그러나 그의 착륙솜씨는 최고였다.

11시 30분
에코네팔트렉의 숙소로 돌아와 점심을 먹은 후 카트만두 시내 관광에 나섰다.

제일 먼저 가본 곳이 파슈파티 나트(Pashupati Nath).
네팔 힌두인들에게 가장 신성시되는 사원이지만 화장터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멀리서부터 보였다. 장례의식은 전혀 엄숙해 보이질 않는다. 그들에겐 그저 일상적인 하루 일과 정도에 불과한 듯하다. 통나무를 켜켜이 쌓은 후 그 위에 천으로 가린 시신을 올려 놓고 태워(4∼6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함) 재와 함께 바그마티 강으로 쓸어 버린다고 한다. 강물이라도 많아 유장하게 흐르면 좋으련만 겨울철이라 지저분한 개천같아 보이는데 이들 네팔인들에겐 성스러운 강이라서 이 강물에 발을 담그고 죽을 경우, 힌두교가 가르치는 윤회의 수레바퀴에서 해방되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믿고 있단다. 우리네 장례의식에 견주어 보면 도무지 용납되지 않을 일이다. 그러나 민족마다 지역마다 다른 관습과 전통의 우열이 어디 있으랴. 매캐하고 역한 냄새를 뒤로 하고 돌아 나오면서 삶과 죽음의 경계가 참으로 모호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다음 행선지는 세계 최대의 직경 27m의 거대한 불탑이 있는 티벳불교사원(Shree Bouddha Nath)
일행은 사원 어디에나 있는 마니차를 돌리며 옴마니밧메홈을 중얼거렸다. 행여 종교에 대한 어떤 믿음이 없는 이들도 사원에서만큼은 경건해지고 싶고 마음속으로부터 뭔가 찌꺼기를 거르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15시 10분. 17세기 경에 지어진 옛왕궁을 찾았다. 복잡한 네팔 왕조사야 알 길이 없지만 그 규모가 제법 커서 당시의 영화를 짐작할 수 있었다. 고색창연한 여러 건물들 중에 쿠마리 사원(Kumari-ghar)이란 곳이 있다 쿠마리는 명문가의 어린 소녀들 가운데 선출되는 살아 있는 여신으로 네팔국민으로부터 추앙받지만, 초경을 하게 되면 다음 쿠마리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평범한 생활로 돌아온다. 그러나 대체로 비참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고 Guide가 전한다. 우리 일행은 운좋게 살아 있는 여신-Kumari를 직접 볼 수 있었다. 4시가 조금 지나 3층 창문에서 잠시 얼굴을 내미는데 짙은 화장을 얼굴이었지만 뭐랄까 수심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신에 대한 경외심보다 그저 열 안팎의 어린 소녀에 대한 측은한 마음이 한동안 떠나질 않았다.

간단히 쇼핑을 한 뒤 숙소로 귀가한 시간이 6시 30분.
네팔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하고 우리의 Guide의 생일잔치를 조촐하게 열었다. 잠시 경찰에 몸을 담았다가 여행사 트레킹가이드로 전직했고 우리말을 독학해서 네팔인 중 지금은 어느 누구 못지않게 우리말을 잘한다는 라주 파우델. 사회학을 공부했고 역사를 공부해서 학교선생님이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는 지극히 건실한 27세의 청년. 그의 앞날에 늘 좋은 일만 있기를 기원하면서 대원5는 자신이 애용하던 고글을 선물했다.

어수선한 속에서 여장을 꾸렸다. 9시 40분. 헤어짐은 늘 아쉬움을 같이 한다.
회자정리(會者定離)는 필연인가보다.

11시 45분 상해행 비행기는 밤하늘을 가르며 힘차게 이륙했다.
자다가 깨기를 몇 차례 하고나니 상해에서 8일 아침을 맞는다.
인천행 비행기를 기다리며 저마다 일주일간의 여행을 반추하며 상념에 젖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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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6시 20분
피곤에 지친 모습들이었지만 ANNAPURNA의 장엄한 설경과 네팔인들의 순수함을 마음 한가득 담고 다들 일상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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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슈파티 사원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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火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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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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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궁 가는 길목의 노점상을 배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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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사진의 맞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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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궁내 한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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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궁내 어느 힌두신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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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을 마치고, 타멜시장으로 - 릭샤를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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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yal Nepal Airline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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