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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기
패와호수는 흐르고 싶다.
05-01-28강철오7,113회


뜻하지 않은 교통사정으로 인하여 아름다운 포카라 패와호숫가에서 하룻밤을 묵을 수 없었던 게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다음은 아침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는 안나푸르나 연봉들을 바라보며 패와호숫가에서 지은 시입니다.

 

패와호수는 흐르고 싶다.

 

패와호수는 흐르지 않는다.

풍요의 여신을 안고

영원히 거기 그대로

머물고 싶은 것이다.

 

구름 사이로 지느러미를 숨긴 마차푸차레는

맑은 호숫물에 흐린 얼굴을 씻고,

사람들은 물가에 나와

고단한 삶의 흔적들을 지운다.

 

어디 먼 길 떠나는 지아비를 위해

새벽밥이라도 짓는 걸까.

안나푸르나 봉우리들 마다에선

이내 같은 연기 피어오른다.

 

하지만 사람들은 모른다.

히말라야 깊은 골짝골짝

사람들의 울음이 강물되어 흐를 때,

저 호수도 때로는 몸을 뒤척인다는 것을.

한가로이 피어오르는 저 연기도

사실은 그이들의 숨결이란 것을.

 

세상에 흐르지 않는 것이 어디 있으랴.

흘러야,

흘러야 맑아지는 것을.

 

살진 젖가슴 풀어헤치고

여신은 오늘도 패와호수를 거닌다.

메마르고 비탈진 이 땅을

흥건히 적시며 흐를 그날을 꿈꾸며.

 

2005년1월21일 아침

 

* 안나푸르나 : <안나(아포나)>는 물이 풍부한 것을, <푸르나>는 생산을 높인다는 의미로 힌두교에서 풍요의 여신을 뜻한다.

 

* 마차푸차레 : 물고기 꼬리(Fish Tail)란 별명이 붙은 정삼각형 모양. 네팔 사람들은 정상이 창끝처럼 날카로운 마차푸차레를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보다 더 신성하게 여긴다.
마차푸차레는 미답봉이다. 힌두교도들에게 가장 추앙을 받는 신 시바와 부인 파르바티가 살았다는 곳으로 네팔 정부가 신성하게 여겨 아직까지도 등반허가를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 이내 : 해 질 무렵에 멀리 보이는 푸르스름하고 흐릿한 기운

 

* 페와호수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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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옛날 시바신이 거지로 변장하여 이 마을을 찾은적이 있었다.

여러 집을 돌아다니며 음식을 구걸하였으나 전부 거절당했는데,
농사를 지으며 가난하게 살던 한 노부부만이
그를 정성스레 맞이하며 음식을 대접하였다.
식사가 끝나자 시바신은 노인부부에게
'빨리 마을을 떠나라' 고 말한 뒤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노부부는 서둘러 집을 떠나 산등성이로 올라갔다.

언덕을 반쯤 오른  뒤 그들이 살던 마을 쪽을 바라보니
마을은 물에 잠겨 흔적도 찾을 수 없고
커다란 호수만이 보였다.

이에 노부부는 그 거지가 시바신이었음을 깨닫고
호수 가운데 있는 섬에 그를 받드는 사원을 세웠다.

 

-바라히 사원 앞 안내판에 있는 페와호수의 전설-

 

댓글목록

최은주님의 댓글

최은주 작성일

강철오선생님께서 시인이셨군요! 멋진 시입니다.

박마리야님의 댓글

박마리야 작성일

강선생님이 누구신지 얼굴이 떠오르지 않습니다만......
멋진 시 감사합니다.
다시 한번 패와호수에서의 즐거웠던 보팅이 떠오릅니다.
물위를
미끄러지듯 흐르던 배와 그림같이 정지한 아름다운 풍경이 생각나는군요
다시 한번 느낌을 나눌 수 있어 참 좋습니다.
갤러리에 사진을 올린다했는데...

잘 몰라서 늦어지고 있습니다.

가까운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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